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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환경] 대한민국 재활용률 세계2위, 숨겨진 비밀

2020-03-19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모습. 플라스틱 쓰레기 사이로 다른 쓰레기가 섞여 있다. (사진=이충현 기자)



매주 아파트에선 특별한 의식이 열린다. 정해진 요일마다 시민들은 페트병, 종이, 캔 등 재활용품을 들고 나와 분리수거를 한다. 이 특별한 의식 덕분에 우리나라의 분리수거 비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2017년 환경부가 발표한 '제5차(2016~2017년)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 중 69% 이상이 분리배출됐다. 하지만 지난해 쓰레기 대란이 벌어지고 난 뒤, 한국의 재활용 신화는 깨져버렸다.


재활용 업체가 폐비닐 수거를 거부했던 당시의 사태는 시민들의 분리수거와는 별개로 돌아가는 폐기물 경제의 단면을 보여줬다. 플라스틱 쓰레기, 분리수거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던 걸까? 도대체 뭐가 문제였던 것일까?



분리수거 플라스틱 처리율은 100%?

"지금 우리나라의 폐기물 재활용 현황은 (분리수거된 쓰레기가) 재활용 처리 업체로 들어가는 것만 보고 있어요. 실제로 그 뒤에 폐기물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는 거죠. 우리나라의 재활용률이 높은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묻자 경기대 이승희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통계상으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재활용을 잘하는 나라다. 2013년을 기준으로 독일의 재활용률은 65%, 한국은 59%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통계상의 자료일 뿐, 국내 재활용 현실과는 거리가 먼 상상 속의 수치다.

우리나라의 생활폐기물 재활용 시스템은 크게 '수거-선별-처리' 3단계를 거친다. 먼저 각 가정에서 배출한 폐기물을 수거 업체에서 폐기물 선별장으로 옮기면, 선별 업체가 재활용이 되는 것들을 골라낸다. 재활용이 가능한 일부는 재생원료를 만드는 업체로, 재활용이 어렵거나 돈이 안 되는 폐기물은 소각장 또는 매립장으로 향하는 식이다.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흐름은 딱 재활용 선별 업체에 멈춰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발표한 '2017년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을 보면, 분리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합성수지류 및 발포수지류 포함)는 '100% 재활용'이 된 것으로 처리돼 나온다. 선별 업체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넘기는 순간 모두 재활용된 것으로 세고 있다.





환경부에서 대략 추산하기론 재활용 폐기물 선별 과정에서만 재활용이 불가능한 잔재물이 39%정도 나온다. 이마저도 전체 선별장이 아닌, 공공선별장에서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평균을 낸 수치다. 재활용 분리배출량의 70%를 처리하는 민간 업체의 자료는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정부의 감시에 구멍이 뚫려 있다 보니 재활용 업체 등에서 재활용 실적을 부풀리고 정부 지원금을 받아가는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8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주지방검찰청과의 합동수사 결과, 2015년부터 3년간 선별 업체와 재활용업체가 서로 공모해 재활용 실적을 허위로 제출한 것이 적발됐다.

그린피스 김미경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는 기본임에도, 정확한 자료를 아무도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이나 재활용업체에선 재활용 업체에 들어간 폐기물 중 30% 정도가 실제로 물질재활용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 또한 쓰레기 대란 당시 평론 '쓰레기 대란, 해법은 무엇인가?'에서 "(쓰레기 대란) 발생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국내 재활용관련 전문가와 공무원의 시장에 대한 이해, 전문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재활용 시장의 동향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초연구가 매우 부족하고, 재활용 시장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수집도 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재활용 책임은 폭탄 돌리기?

문제는 정부의 감시망 바깥에 있는 민간 업체들 대다수가 재활용에 인력과 비용을 투입할 여력이 안 되다보니 분리수거를 잘해도 재활용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재활용 폐기물을 선별하고,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의 대부분을 영세한 민간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환경공단이 발표한 '2017년도 재활용 실적 및 업체현황'에 따르면, 전체 재활용 업체 5,472곳 중 4,079개가 종업원이 10명 이하인 영세 사업장이었다. 종업원이 아예 없이 사업주 혼자 일하는 곳만 해도 481곳이다. 당장 수익성을 내야 하는 영세 업체들은 돈이 되거나 정부 지원금이 있는 재질은 재활용을 하지만, 재활용 과정이 복잡해 인건비가 많이 들거나 재활용을 해도 수익이 안 나는 폐기물은 소각장이나 해외로 보낸다.

지난해 쓰레기 대란이 분 것도 고형연료(SRF) 판매와 중국 수출 모두가 막히면서 폐비닐 수거가 더 이상 돈이 안 됐기 때문이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재활용 수거 선별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용기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플라스틱 경우) 값이 저렴한데 재활용은 어렵다"며 "원래 플라스틱에 붙어있는 라벨도 다 떼야 하지만 인건비가 안 나와 소각장으로 간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비닐도 예전에는 에너지 재활용으로도 썼지만, 이젠 인건비도 안 나오니 모조리 소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거된 플라스틱을 재생 원료를 생산하는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나 다중 재질에 물성이 낮은 국내 플라스틱 제품들이 재활용의 발목을 잡는다. 경기 화성에서 플라스틱 재생 원료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노환 대표는 "국내의 플라스틱 제품 대부분이 단일 재질로 이뤄진 게 아니다보니 외국 제품에 비해 재활용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다"며 "정부 지원 없이는 대부분의 재활용 업체가 재활용 원가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재활용 업체에 들어온 플라스틱 조각. 재활용 업체에선 플라스틱 조각들로 재생 원료인 펠렛(pellet)을 만들어 다시 플라스틱 제품 생산 업체에 판다. 
국내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제품들의 대다수는 다중 재질 또는 유색으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어렵다. (사진=임진희 인턴기자)


수익성 문제는 또 다른 '폭탄 넘기기'가 됐다. 그동안은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쓰레기까지 중국 등으로 수출해 어느 정도 수익성 문제를 해결해왔다. 지난해 1월 중국이 재활용 폐기물을 수입 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한국발 쓰레기는 필리핀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 향했다. 재활용 원료를 보낸다는 명목으로 국내에서 처리하지 못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중국, 필리핀 등의 국가에 차례로 떠넘긴 것이다.


국제환경 NGO '리싱크플라스틱'의 델핀 아베어스(Delphin alvares)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품질이 낮아 재활용이 어렵고, 재활용해도 별 가치가 없는 플라스틱들은 다른 나라로 보내진다"며 "동남아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쓰레기들은 한국이나 미국, 유럽 등 부유한 나라에서 수출한 쓰레기"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한국발 폐기물의 반송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제품 생산부터 재활용의 질 고민해야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재활용 책임을 정부 및 지자체, 그리고 생산자가 함께 질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폐기물 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생산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정부 및 지자체가 재활용 정책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생산부터 배출, 그리고 처리까지 물질이 순환되는 과정을 관리할 것을 주장한다. 

이승희 교수는 "환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라며 "학계에선 폐기물이 어떻게 흘러가고 처리되는지 조사하는 물질순환분석을 환경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질순환분석은 플라스틱 등 폐기물을 하나의 자원으로 보고, 생산부터 물질 재활용‧에너지 회수까지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 교수는 "일본과 유럽 등에선 이미 폐기물이 물질로 얼마큼 재활용되는지, 에너지로는 얼마큼 회수되는지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수열 소장 또한 평론에서 "공동주택의 재활용품 배출 및 수거, 선별에 대해서 지자체 관리를 강화하고, 지자체의 역할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생활 폐기물의 처리 주체인 지자체의 책임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공동주택 자원순환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공동주택에서 민간 사업자와 거래할 경우 공동주택에서 배출되는 재활용품의 품목별 배출량 등에 대한 정보가 효율적으로 취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공동주택에서 배출되는 폐지 등 유가품의 경우에는 민간주도로 관리하도록 하고, 비닐, 플라스틱, 유리병 등 재활용 취약품목의 경우에는 공공주도로 관리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쓰레기 대란을 겪은 뒤 정부에서도 뒤늦게 국가 차원의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줄줄이 개편하고 있다. 지난 2월과 5월 환경부는 '국가 폐기물 종합감시 시스템' '실시간 전산관리 시스템' 등 정부와 지자체가 폐기물 이동 경로를 파악해 폐기물 처리 업체가 몰래 폐기물을 투기하거나, 선별‧재활용 업체 등이 재활용 실적을 조작하는 것을 막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멍이 뚫려 있던 폐기물의 순환 중 '처리' 과정에 정부가 첫 발을 내딛은 셈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폐기물 정책의 방점이 '생산'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리수거를 잘 해도 재활용이 어려운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플라스틱 정책 담당자 워너 보스만(Werner Bosman)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EU에선 플라스틱 문제의 해결책으로 재사용이나 재활용을 통해 자원을 순환시키는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자원 순환을 위해선 (기업이)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재사용을 하기 쉽게 만들고, 재사용된 플라스틱을 실제로 다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김현경 활동가 또한 CBS노컷뉴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재활용을 할 때) 뚜껑, 라벨, 본체 다 따로 분리하는 것은 물론, 유색이나 표면 인쇄여부에 따라 재활용률이 상이하게 달라진다"며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재질이나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로 개선에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출처 : CBS노컷뉴스 
작성 : 박기묵 기자, 임진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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